아파트 울타리의 장미들



이번 5 - 6월은 풍성할 것 같다. 장미 때문이다.

우리 아파트 담장은 낮은 창살 펜스로 뺑둘러 400미터나 되는데 온통 장미다.
입주 당시엔 인부들이 귀찮아서 그냥 장미 한가지로 심었나보다 했는데 지금은 보물이 되었다. 이렇게 장미가 많은 곳은 보지 못햇다.

세상에 이리 아름다울수가…하면서도 수년째 사진에 담지 못하다 작년 5월초 올해엔 꼭 찍으리라 들떠 있었는데 갑자기 간농양으로 입원하는 바람에 그도 못하였다. 다소 심각한 증상이라 이거 못보고 죽는것 아냐? 하다가 20여일 만에 퇴원했는데 이미 대부분 시들은 뒤였다. 많이 아쉬웠다. 1년을 기다려야하니 다신 못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올해 기회가 되면 꼭 찍어두리라 마음 먹다보니 오다가다 장미 넝쿨에 집착하게 되었다.

작년 겨울엔 엄청 추웠는데 여기저기 철 모르고 핀 장미들이 있어 안타까왔다.
초딩 애들이라 추운줄도 모르고 나온듯 했다.
때가 다가오니 올 2월부턴 시간이 더디 갔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드디어 바야흐로 4월. 이제 한달 남았다. 설레고 흥분된다.

그런데 한달도 안 남은 지금, 날씨가 이래 따뜻한데 어째 한 놈도 안 보인다.
일제히 출발선상에 서서 요이 땅 기다리는가?
어느 놈이 제일 먼저 필까. 누가 마지막에 피고 마지막까지 남을까?
작년 겨울에 철모르고 나오던 애들은 올해 다시 나오는걸까 아님 걔들은 이미 피었으니 그걸로 끝인가?

오늘 아침에도 쭈욱 둘러보니 작년에 폈던 것인지 겨울에 잘못 나왔던 애들인지 여기저기 짙은 적색의 시들은 꽃잎이 눈에 띈다 .

2월에도 3월에도 이번 달에도 계속 살펴 왔는데 다들 5월의 환희에 긴장해서 숨을 죽이고 있는지 변화가 없다. 봉오리도 안 보인다. 조그맣게라도 핀 녀석이 뺑둘러 하나도 없다. 갑자기 한꺼번에 피어 나를 놀래키려나?
내가 얘들을 보는 만큼 얘들도 나를 보고 있을것이라 생각하니 긴장도 된다.
얘들도 나를 알아보기는 하겠지?

관심을 가지니 눈에 띄고 귀하게 여기게 되었다.
활짝 피었을 때 많이 찍어 두리라.





 4월
 3월
 겨울에 그 자리...아무것도 없다
 2월
 1월인가? 장미넝쿨
 겨울에 멋 모르고 핀 장미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