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휴가 중에 읽으려 책을 7권이나 빌렸다.
근데
이러 저런 일로 하루 남은 오늘까지 한권도 못 읽어 에이 내가 무슨…
멀리 테니스 치러가는 길에 반납키로 했다.
지하철 도서반납함에 두권 세권 집어 넣다가 문득 한 권만큼은 너무 아쉬워
그냥 테니스 가방에 넣어두었다.
세익스피어의 소네트 시집 (피천득 역)
테니스를 마치고 독립문에서 전철을 타고 앉아 오다 책 생각이 나 꺼내 들었다.
아담한게 디자인이 예쁘다. 여고생이 좋아하게 생겼다.
페이지 마다 꽃 그림도 있어 무슨 꽃인가? 구경하는 것도 재미 있다.
이런 재미로 시와 친해지기도 할까?
한 두 페이지 읽다보니 문득 비좁은 좌석 틈에 끼어
시집을 살짝 펴 들여다 보고 있는 내가 엄청 폼나게 느껴진다.
전철에 앉아 누가 볼까 눈치를 보며 시를 읽는 소녀같다.
어, 내가 왜 이러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와~ 놀라워 하는 시선도 느껴진다.
어, 내가 왜 이러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와~ 놀라워 하는 시선도 느껴진다.
(물론 이건 내가 시 읽기를 너무 갈망해서 생긴 뜬금없는 착각이지만)
하지만 보자구. 만일 어느 소녀가 비좁은 전철에 앉아 폈다접었다
몰래 시집을 읽고 있다면 다들 단발머리 속 그 소녀의 얼굴을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몰래 시집을 읽고 있다면 다들 단발머리 속 그 소녀의 얼굴을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분명 공주의 얼굴일거야... 하며.
나는 시가 어렵다. 산문과 달리 시만 보면 쩔쩔 맨다.
교과서에 나온 몇몇 시 빼고는 도무지 감동을 모르겠다.
죽기 전에 아하! 영화를 보듯 눈물흘리며 시 읽는게 꿈이다.
죽기 전에 아하! 영화를 보듯 눈물흘리며 시 읽는게 꿈이다.
아주 옛날 광화문 교보에 들렀는데 한 소녀가 서가에 서서 시집을 읽고 있다.
서가 앞에 서서 한참을 꼼꼼히 읽더니 제자리에 꼿고 나간다.
그 모습에 반해 읽는 내내 숨어보다 도대체 무슨 시를 읽고 있는걸까 ?
그 모습에 반해 읽는 내내 숨어보다 도대체 무슨 시를 읽고 있는걸까 ?
소녀가 보던 책을 뽑아 두근 거리며 읽어 본 기억이 있다..
김남조 시인의 것이었다. 문장은 쉬운데 뭔 뜻인지... 의아했다.
어떻게 저런 시를 즐겨 읽을까? 부럽고 아름답다 생각한 적이 있다.
착각이나마 주변의 부러운 시선일랑 잊고 진짜로 시를 읽어보기로 했다.
역시 쉽지 않다. 소네트는 피아노 소나타처럼 어렵다. 14줄 씩이라
길기도 하다.
앞의 서너줄 읽고 넘어가려면 금새 앞의 내용이 생각나지 않아
다시 앞으로 되돌아오기 일수.
20대 때인가 연애에 실패하고 몇몇 싯구에 울었던 기억은 있다.
--- 모란이 지고 나면 그 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 stand by your man
그리고 워즈워드의 무지개.
그리고 워즈워드의 무지개.
그땐 요놈의 싯구들이 어찌 그리 내 얘기를 하는 것 같던지...
그 외엔 교과서에 나온 몇몇 만 시험을 치르느라 기억할 뿐이다.
이후에도 시와 씨름을 했지만 늘 보는 유명 시 외엔 성과가 없다.
화정까지 오는 30여분동안 방금 읽은 앞부분이 생각 안나
매번 되돌아가느라 결국 서너편 밖에 읽지 못했다.
그렇게 해서 읽은 내용도 뭐 난해한 소설을 읽은 기분이랄까?
소네트는 죄다 사랑에 관한 얘기라는데도 이렇게 어렵다니.
피천득이란 너무 오래 전 사람이 번역한것이라 그런건가?
피천득이란 너무 오래 전 사람이 번역한것이라 그런건가?
고1때인가
클래식 감상 숙제가 있어 알든 모르든 여름밤 내내 듣다보니
지금까지도 즐겨 듣는데 시 역시 마구잡이로 읽다보면 차츰 익숙해져서
지금까지도 즐겨 듣는데 시 역시 마구잡이로 읽다보면 차츰 익숙해져서
낯선 시도 읽을 수 있게 될까?
나도 시에 빠져 그 소녀처럼 대형서점 서가 앞에 서서 시집을 읽고 싶다.
시를 읽는 흰머리의 나를 보고 우와, 멋지다고 생각할 소녀도 혹 있을까?
시집은 얇아서 굳이 사지않고 서서 보는 것으로 너끈하지만
시인도 먹고 살아야하니 10분만 서서 보고 웬만하면 사서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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