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생각...열정이 식었나?

옛날 생각

딸애가 초딩 2학년쯤 됐을까?  매주 가족회의를 하자고 했더니
딸애가 신이 났는지  후다닥 공책 연필을 들고 와 식탁에 앉더니
빨리빨리 시작하자고 난리다.  회의록을 작성한다고.

담임목사님 아들은  아파트장터 전단지를 들고 와서는
아빠, 여기서 좀 더 알뜰한 장보기를 할 수 있습니다 라고 적혀 있다며
대단한 보물을 발견한 듯 어서  나가보자고 조르더란다.
마음 참 순수하다.

그랬던  딸애가 요즘은 엔간한 일에도 뭐 놀라거나 흥분하는 기색이 없다.
나보다도 차분하다.

몇년전까지 나는 트럭에서 만원에 10마리 하는 갈치나 동태를 팔면
세상에나,  어떻게 이리 쌀 수가 있지 하며 무조건 사들고 들어갔는데
하도 식구들한테  에구 또...구사리를 맞다보니
요즘은 저게 왜 만원에 10마리일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옛날엔
10마리를 어떻게 만원에 팔 수가 있지?
지금은
이게 왜 만원에 10마리일까?

슬픈일이다. 혹 속을까 늘상  보안 랩을 on 하고 살아야 하다니.

그러다 작년 여름인가 이건 확실한 대박이다 하면서 자신있게 산게 있었다.
대빵 큰 복숭아인데 맛도 엄청 좋은 것. 떨이로 반값 10개에 만원. 와우.
신이 나서 세 박스를 사서 집에가 자랑하고 냉장고에 넣었는데
(마누라도 이번엔 잘 산 것 같다고 했음)
에구 이게 하루만에 골아 덜어져 죄다 갈색으로 변할 줄이야.
안 곤데만 뜯어먹고 다 갖다 버리고 말았다.

원래 무른것이니 한 박스만 사야했는데...
내가 미련했지 속았다고 할 수는 없겠다.
어린아이 마음으로 돌아가기란 쉬운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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