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을 한 이들은 너무 많아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CPR을 하는데 입과 코에서 계속 피가 나와서 보고 있기 좀 힘들었지만, 30분이고 1시간이고 계속했다”며 “나중에는 빼낸 사람들이 계속 몰려 들어와서 CPR을 계속했다. 지금은 그분들의 얼굴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했지만 A씨는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지 못한 것 같은 마음에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A씨는 “그날 저는 집에 가서 어머니, 아버지 손을 붙잡고 계속 울었다”며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이어 “화장실도 혼자 가면 무서웠고, 눈을 감거나 조금이라도 어두워지면 ‘살려달라’는 분들의 눈이 보이고, 제 발목을 붙잡는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어서 힘들다”고 했다.
정신적 외상인 트라우마는 불안, 공포, 공황, 우울, 무력감, 분노, 해리 증상(신체와 분리된 느낌)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이런 증상들은 재난을 겪은 후 나타나는 정상적인 반응이고 저절로 회복될 수 있지만, 고통이 심하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했다
“‘이대로 죽는구나’ 싶어 포기할 때쯤, 밭에서 무가 뽑히듯 구조됐습니다.”
충북 청주에 사는 20대 A씨는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누군가의 손에 구조되던 순간을 기억했다. 몰려든 인파에 깔린 채 한참을 버티던 그를 구해준 건 건장한 체격의 흑인 남성이었다. 그 생명의 은인은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구조 활동을 계속하다 홀연히 모습을 감췄다.
A씨는 사고 당일 해밀톤호텔 옆 골목으로 진입했다가 양쪽에서 밀려드는 인파 사이에 끼였다. 그러다 중심을 잃고 넘어졌고 사람들 아래 깔려 15분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바로 그때 팔과 겨드랑이 쪽으로 누군가의 손이 들어왔고 마치 무가 뽑히듯 번쩍 들어 올려졌다.
키 182㎝·몸무게 96㎏의 건장한 그를 구해낸 사람이 바로 그 흑인 남성이었다. 남성은 A씨를 골목 옆 일본 술집으로 데려다 놓고 다른 동료 외국인 2명과 계속 압사 위기의 사람을 구출했다고 한다. 그렇게 구한 사람만 30명가량.
A씨는 “흑인 남성을 포함한 외국인 3명은 술집이나 클럽 직원은 아닌 듯했다”며 “그들은 119구급대원들이 출동한 후 조용히 사라졌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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