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2-11-12 00:00업데이트 2022-11-12 06:06
언론의 감시 대상인 정부가 특정 언론사에 취재 제한과 같은 불이익을 주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만큼 정당한 사유가 있지 않으면 부당한 언론 통제가 될 수 있다. 대통령실이 문제 삼은 MBC 보도가 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해당 보도에 중대한 위법 사항이 있는지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이 집단적으로 보도 윤리의 문제를 제기한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는 것은 감정적인 보복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가 시혜를 베풀듯 전용기 탑승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문제다. 대통령 전용기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취재 공간이다. 탑승 경비를 포함한 순방 취재 비용은 각 언론사가 부담한다. 순방길에 오른 대통령이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권한을 국익을 위해 제대로 행사하는지 취재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언론이 마땅히 해야 할 책무이고, 대통령과 정부는 이에 성실히 응할 의무가 있다. 언론의 전용기 탑승 기준은 대통령실 기자단이 자율적으로 정할 일이다. 정부가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취재에 응할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사설] 대통령실의 감정적이고 단선적인 MBC 대응
대통령실은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기간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면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돼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잘 들리지도 않는 대통령 발언에 자의적으로 ‘바이든’ 자막을 단 점, 김건희 여사 논문 논란을 다룬 방송에서 김 여사와 내부 제보자들이라며 등장시킨 인물이 대역 배우들이었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MBC의 보도가 지나쳤던 건 사실이다. 자막 보도의 경우 음성 분석 전문가들도 ‘바이든’이라 단정하지 못하고, 앞뒤 문맥상으로도 그렇게 해석하기 어려운데 단정적으로 자막을 달았다. 대역을 쓰고 시청자들이 본인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게 만든 것은 속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취재 기자가 비용을 내고 타는 전용기에서 배제한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잘못된 대응이다.
왜곡 보도를 일삼는 방송사는 시청자가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다음에 사법적 판단으로도 걸러질 수 있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이 권력이 직접 관여하는 것이다. 언론 자유의 기본 원칙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왜곡을 일삼는 방송사에 도리어 면죄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MBC는 도저히 정상적 방송사로 볼 수 없는 지경이다. 기자들이 정권별로 당파를 짓고 있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송사 내 권력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지금처럼 정권은 바뀌었는데 방송사 내 인적 구성은 바뀌지 않았을 때는 새 정권을 공격하는 데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전용기 탑승 불허와 같은 단세포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은 여론의 비판을 불러 MBC의 문제를 가릴 수 있다. 대통령 전용기는 운영은 대통령실이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민 재산이다.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는 재고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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