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와 작품들은 보수나 진보, 좌파나 우파 같은 특정 진영에 속하거나 이념성이 강한 사람들로 부터는 환영을 받지 못했다.
“언론, 사람들이 하도 한강 이야기를 많이해서 그의 소설책을 들었지만 어느 순간 더 읽기가 싫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수 우파적 성향의 사람들에게는 한강과 떼어놓을 수 없는 아버지 한승원 소설가의 태생과 작품세계, 1970년생으로 전교조 교육 1세대의 의식이 반영된 말투와 사고체계가 못마땅 했다.
사실주의, 리얼리즘과 정치적 프로파겐다를 중시하는 좌파, 진보진영도 마찬가지다. 한강 스스로 국가의 폭력성, 구체적으로 1980년 5월 광주가 자신의 문학적 출발점이라고 해놓고 막상 결말은 작가주의 내지 신비주의로 흐르는 것을 두고 불만이 많았다.
홍명희 같은 남한의 좌파성향 작가, 예술가들이 6·25를 전후해서 월북한 뒤 문학은 포기하고 김일성과 사회주의 체제 선전꾼으로 전락했다. 북한에서는 죽었다 깨나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올 수 없는 이유와 더불어 대한민국 자유 민주주의의 위대함을 증명한 것이다.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 소설가는 1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딸(한강)의 작품은 인생을 총체적으로 관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대표작인 <채식주의자> 같은 그의 소설에 대해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는 동시에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시적인 산문”이라고 평가했다.
인간의 존재조건은 역사에 좌우되지만, 한강은 이념과 명분이 아니라 철저하게 인간 자체의 본성, 내면에 집착해 평론가들이 말하는 대로 “삶의 구체성과 실존성”을 기술해왔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낭보가 전해진 10일, 정치권에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이 국정감사에서 퇴장당한 것이 큰 뉴스였다.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 “더불어민주당 의원 치고는 매우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안 위원장은 11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시작에 앞서 김문수 장관의 인사청문회 때 논란이 됐던 일제하 한국인의 국적문제에 대한 사과를 주문했다.
위원회의 다수인 민주당 의원들이 안 위원장에게 “국적발언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김문수 장관을 앉혀두고 고용노동부 국정감사를 하지 않겠다”고 압박하자 타협책을 제시한 것이다.
지난 8월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김문수 당시 후보자에게 “일제하 우리 선조들의 국적이 어디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으며 함정을 팠다. 김문수 장관의 과거 발언을 토대로 나올 답을 예상하고, 윤석열정부 인사들의 친일성을 부각시키겠다는 ,오래된 ‘반일(反日)상술’이었다.
‘직진남(直進男) 김문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회피하지 않았고, 민주당은 쾌재를 불렀다. 인사청문회장에서 퇴장시킨데 이어 국감장에서 까지 퇴장조치를 내렸다.
안호영 위원장은 국감장 퇴장조치에 앞서 김문수 장관으로부터 국적발언이 일제의 식민통치를 옹호하는 의도가 아니었음을 확인하고, 포괄적인 사과를 하는 방식으로 순탄한 국정감사를 시도했다.
하지만 김문수 장관은 “사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거부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그냥 뭉떵거려서 사과하면 될 것을...”이라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김문수 장관의 생각처럼, 사과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국적문제에 대한 발언 자체를 사과 또는 취소하지 않더라도, 민주당은 친일파 공격과 후속 사과, 퇴진요구 등 정치공세에 열을 올릴 것이다.
김문수 장관이 그 발언을 취소하더라도, 일제하 한국인들이 일본 국적, 일본인으로 살았던 역사적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는 한민족의 5천년 역사 중 가장 위대한 나라, 노벨문학상 수상자까지 배출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도 연결된다.
1965년 한일조약에 명시하고, 이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결에서 일제의 대한민국 합병이 무효라고 판결한 것은 2차대전이 끝나고 히틀러의 유럽침략을 무효화시킨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살인은 불법행위고 살인자는 처벌받지만 희생자, 죽은 사람이 되돌아 오지 못한다.
일제의 한일합병이 무효 내지 불법이라면 해방후 한반도에 조선왕조를 부활시켜야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건국한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북한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이 논쟁에 코웃음을 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1970년생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 전 까지 그동안 박경리 박원서 이문열 황석영 고은 같은 작가들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거론되고, 한림원의 후보자 심사에 올랐다.
특히, 황석영 고은 조정래 같은 사람들은 국내외 특정 이념진영에 의해 거듭 강력하게 추천되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위상, 전 세계에 범람하는 한류의 물결로 노벨문학상의 한국행이 임박한 상태였다. 하지만, 스웨덴 한림원은 대한민국의 역사적 역동성을 이념화시킨 작가들이 아닌 인간본연의 문제, 삶의 구체성과 실존성에 집중한 한강에게 노벨상을 안겼다.
인간의 삶은 어떤 상황에서도 계속된다. 손기정이 일장기를 달고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했다고 해서 그의 승리가 폄하되지 않는다.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 같은 사람들은 전두환 5공 시절에 판·검사가 되기위해 사법시험 공부를 했다.
지금 반일장사, 국적논란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오로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념과 명분의 잣대로 구체성과 실존성을 외면한채 하나하나가 소중한 개인의 삶을 왜곡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무당굿에 휘둘려야 하는지 참담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출처] 한강의 노벨문학상, 김문수의 국적논쟁|작성자 봄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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