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결합으로 기계가 인간 노동을 대체
함으로써 노동의 종말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들은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 이제 인류는 일하는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그 재원으로 일자리
를 AI와 로봇에게 빼앗긴 인간을 먹여 살려야 하는 시대로
나가야 할 상황이 됐다.
#. 노동의 종말
이세돌 프로 기사와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세기의 바둑 대결을 펼쳐 이세돌 9단이 1승 4패로 패한 것이 2016년 3월의 일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알파고는 이세돌 9단에게 1패를 당할 정도로 수준이 좀 멍청했다. 1년 후인 2017년, 이번에는 중국의 프로기사 커제와 대국한 알파고는 3전 전승했다. 이후 인간 기사 중에서는 알파고의 적수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자 알파고는 공식 바둑 대국에서 은퇴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인류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가장 급진적인 변화의 물결에 직면해 있다. AI라는 문명의 이기(利器) 덕분이다. 1916년 자동차가 마차를 밀어내고 운송 패러다임을 바꿨듯이 이제 AI와 로봇은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혁명적 변환기를 맞고 있다.
맥킨지 글로벌연구소는 이를 수치로 설명하고 있다. 2030년까지 미국은 근무시간의 30%, 유럽은 27%가 AI와 인간을 빼다 박은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자동화될 것이며, 그 결과 전 세계에서 3억 7,500만 명이 완전히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내용을 직접화법으로 옮기면 전 세계에서 3억 7,500만 명이 AI와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겨 직장에서 쫓겨날 것이란 섬뜩한 경고다.
2025년 1월 세계경제포럼(WEF)은 ‘일자리 미래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고용주의 40%가 ‘AI로 대체 가능한 직무를 맡은 직원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고용주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이처럼 안면몰수하고 대규모 감원을 호언장담하고 나선 것은 확실하게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이제 인간 따위에게 노동을 맡기지 않겠다”는 것은 더 이상 고용주들의 희망사항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 테슬라가 “위험하거나, 반복적이거나, 지루한(unsafe, repetitive, or boring)” 작업을 수행하는 이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중국의 유니트리가 이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G1을 이미 출시했기 때문이다.
가격은 옵티머스가 2만 달러 미만, G1은 2천만 원 대. 일론 머스크가 외친대로 “자동차 한 대 값보다 저렴한” 충실한 노동 기계가 AI 기술의 세례를 받아 드디어 등장한 것이다.
#. 소비 줄어드는 시대에 성장은 가능할까?
지난 가을부터 ‘수풀로’라 명명된 양수리 북한강변 공원 산책로에 낯선 존재가 등장했다. 바퀴 달린 경비 로봇이 순찰을 나선 것이다. 가끔씩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 “강아지 목줄 매세요” 등등 상냥한 기계음으로 잔소리를 하면서 정해진 산책로를 뽈뽈거리며 다닌다. 좀 현대화 된 식당에 가면 종업원 대신 로봇이 조리된 음식을 날라 주는 것은 이제 일상사가 되었다.
AI와 로봇 기술의 결합으로 날이 갈수록 사람을 닮아가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이다. 그 결과 이 로봇이 인간 노동자를 대체하는 것은 물론이요, 출생률 감소로 인한 공백을 메워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로봇이 인간 노동을 대신 해 주고, 고분고분 말도 잘 들으니 이거야말로 축복이라고 박수를 쳐도 되는 것일까? 그 전에 잠시 고민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로봇 믿고 그러지야 않았겠지만, 한국이 저출산 고령화의 늪에 빠진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잠재적으로 인구가 줄면 소비도 덩달아 축소지향으로 향한다. 아이 낳기를 꺼려한 덕분에 산부인과가 초토화 되었고, 여기저기서 초등학교가 문을 닫았다. 정확히 그에 비례하여 문방구와 문방용품, 우유와 분유, 아동 옷, 어린이용 서적과 장난감, 유아 백신 시장 등이 폭격을 맞았다.
이 세대가 점차 성장해 가면서 거센 축소지향 경제의 토네이도가 한국 사회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심지어 군에서는 입대자원 부족으로 각 부대마다 정원을 못 채워 국가 안보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지 않은가.
한 시절 젊은 계층 유동인구가 많아 가장 뜨거운 상권으로 각광받던 지역이 종각이었다. 지금도 종각 일대에는 ‘젊음의 거리’라로 쓰인 홍보탑이 세워져 있지만, 정황은 복잡하다. 대로변의 상점은 몇 집 걸러 하나씩 ‘폐업’ ‘임대문의’ 팻말이 걸려 있다. 소매업이나 부동산, 서비스 업종을 비롯한 거의 모든 분야가 전례 없는 경기 퇴보의 위기를 맞는 것은 저출산의 당연한 업보다.
지금까지 인류의 경제 성장은 인구 증가와 생활수준 향상에 따라 끊임없이 확장되는 소비자 기반에 의해 주도되었다. 인간은 소비하기 위해 임금을 벌어야 했고, 이를 위해 많은 시간을 노동에 할애했다. 노동과 소비가 반복되는 패러다임의 왕성한 작동을 통해 인류는 경제 성장을 거듭해왔다.
인간 노동을 대신하겠다고 나선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처럼 집이나 가구, 음식이나 자동차, 의약품이나 화려한 의상, 문화적 욕구 충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게다가 로봇은 휴식시간을 요구하지도 않고, 쩨쩨하게 월급 몇 푼 올려달라고 스트라이크를 일으키지도 않는다.
소비가 날로 줄어드는 세상에서 어떻게 번영과 진보의 기본 바탕인 경제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바야흐로 인류는 번영이나 진보, 성장의 개념을 재정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에 직면했다. AI와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기술의 진보로 인해 인간 노동을 이들이 대신하는 기계화·자동화·로봇화는 인류에게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 블루칼라 일자리에 이어 화이트 칼라 일자리까지…
산업혁명이나 디지털혁명이 닥칠 때마다 ‘노동 종말론’은 마치 ‘휴거(携擧, Rapture)’처럼 예외 없이 등장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상도 못할 새로운 일자리가 탄생한 덕에 인류는 성장을 거듭해 왔다. 노동 종말론은 일종의 허풍으로 증명된 셈이다. 이번 AI 혁명도 노동 종말론자와 신산업 성장론자가 예외 없이 격돌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 9,200만 개가 사라지는 반면, 1억 7천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니 인간은 더 이상 ‘노동의 종말’이라는 가짜 휴거에 속지 말라고 속삭인다.
그런데, 이번에 닥친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혁명은 인류가 그 동안 체험했던 양태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경고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박영숙·제롬 글렌 공저의 『세계미래보고서 2026-2036』에 의하면 그 동안 고소득 국가에서의 주요 실업 원인은 저임금 시장으로의 일자리 아웃소싱이었다. 주로 제조업과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희생양이었다.
2020년대 후반부터는 주요 실업 원인이 자동화, AI, 로봇공학의 조합으로 전환됐다. 그리고 이번 혁명 과정에서 희생양은 블루칼라는 물론이고 고소득 화이트칼라 계층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광범위하다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컴퓨터 과학자 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29년쯤에 기계가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하고, 2029년에 AI가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해 튜링(Turing Test) 테스트를 통과할 것으로 예측했다. 튜링 테스트란 기계가 인간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지능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가를 판별하는 AI 능력 평가를 말한다.
게다가 커즈와일은 인간과 AI가 완전히 융합되는 ‘특이점’에 도달하는 시기를 2045년으로 전망했다. 특이점이란 인간의 지적 능력을 뛰어넘는 AI가 등장하고, 기술 발전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가속화되는 시점을 뜻한다. 커즈와일은 특이점 이후 인간과 AI의 경계가 사라지고 인류 문명 전체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의 AI는 인간이 시키는 일을 고분고분 수행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AI들이 하루가 다르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인간처럼 스스로 배워 지식을 확장하는 능력을 보유한 범용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인간 지능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초인공지능(ASI: Artificial Super Intelligence)의 몇 년 내 등장이 예고되었다.
이쯤 되면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이 결합되어 지금까지는 상상조차 못했던 인간의 고차원 노동 분야까지 접수하게 될 것이다. AI를 넘어 AGI, ASI 시대가 되면 세계경제포럼이 새롭게 만들어진다고 공약한 일자리는 과연 인간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을 위한 것일까? 인간은 아직 그에 대한 해답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그 길을 향해 전속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 로보 택시가 웅변하는 노동의 미래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결합 시대는 피할 수 없는 대세로 다가오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혁신이 일어난다. 그 결과 로봇은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키는 영웅으로 칭송받을 수 있지만, 동시에 그 반대 개념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의 예측에 의하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시간당 10달러 미만의 노동비용으로 시장에 진입할 것이며, 2035년에는 시간 당 1달러 미만, 2045년에는 시간당 0.1달러 미만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들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뿐만 아니라, 노동의 한계비용을 빠르게 0으로 내려버릴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소개한 『세계미래보고서』는 향후 20년 동안 최소 10억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회 곳곳에 배치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인간 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소멸하게 된다. 지금까지 노동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돈을 벌었던 인간은 휴머노이드 로봇에 등 떠밀려 노동으로부터 완벽하게 왕따를 당하는 일이 눈앞에 닥쳤다.
지금 이 순간 미국과 중국의 20여 개 도시에서 자율주행 로보 택시가 운영되고 있다.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 일대에만 10만 대 정도가 성업 중이란다. 베이징시 교통국에 의하면 자율주행 로보 택시 도입 후 교통 체증은 30% 줄고, 교통사고 발생률은 40% 감소했다. 교통체증과 교통사고 줄었다고 마냥 좋아하기 전에 한 가지만 기억하자.
로봇에게 운전대 빼앗긴 10만 명의 택시 운전기사들은 뭘로 밥 벌어 먹고 있으며, 그들은 앞으로 어떻게 생존해갈 것인지를. 세계는 이처럼 난해한 다차원 문제의 현실에 부딪쳐 목하 고민 중이다.
#.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경계선
불행인지 다행인지 로봇이 인간처럼 부를 소유하려 탐욕을 부리거나 과소비를 하겠다고 덤벙거리지는 않을 것 같다. 재주는 곰이 넘지만, 돈은 주인이 챙기는 것이 자연스런 법칙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뼈 빠지게 24시간 노동해도 그들에게 돌아가는 임금은 거의 제로다. 그에 따르는 대부분의 이익은 생산수단인 로봇과, 그 로봇을 작동시키는 AI 시스템을 소유한 주인에게 집중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경제적 격차가 더 커져 불평등은 날로 심화될 것이다.
이 사태를 방관하면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진 사람들이 소요를 일으켜 만성적 사회 불안 요인이 되거나, 체제 변혁의 대폭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 미 버몬트주 상원의원은 AI 덕분에 높아진 생산성에 따르는 이익을 CEO와 주주뿐만 아니라 노동자에게도 배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IMF 연구진은 AI와 휴머노이드 결합 사회에서 부의 재분배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규모 사회 불안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한다.
자칭 민주사회주의자 샌더스 의원뿐만 아니라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CEO로 명성이 자자한 일론 머스크를 비롯하여 미국의 기업가 출신 정치인 앤드류 양도 같은 주장을 하고 나섰다. 앤드류 양은 2020년 미 대선 경선에 출마했을 때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대비, 성인에게 매월 1천 달러씩 자유 배당금(freedom dividend) 지급을 공약하여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오픈 AI의 CEO 샘 올트먼,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도 AI 기술 발전의 사회적 영향에 공감하여 보편적 기본소득 같은 사회 안전망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이제 인류는 일하는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그 재원으로 일자리를 AI와 로봇에게 빼앗긴 인간을 먹여 살려야 하는 시대로 나가야 할 판이다.
그렇다면 고용이 현저히 줄어드는 시대에 무슨 수단으로 사회 안전과 체제 변혁의 혼란을 잠재울 것인가. 학자들이 AI와 로봇 기반 경제의 혜택을 사회 전체에 보다 균등하게 분배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검토해온 현실적 방법론은 첫째 새로운 형태의 이익 공유제, 둘째 보편적 기본소득(UBI: Universal Basic Income), 셋째 표준 노동시간 축소 등 세 가지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대량 실업과 노동의 종말이 예고된 시대에 사회적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필수적 안전망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은 로봇세·탄소세·부가가치 등으로 마련하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런 의견이 제기되면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에 등 떠밀려 생계가 막막해졌거나, 곧 그럴 처지가 될 블루칼라·화이트칼라 계층이 열광한다. 좌파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발 빠르게 이 분야 이슈를 선점하여 정치적 재미를 보고 있다.
반면 보수우파를 자처하는 분들은 이익 공유제, 보편적 기본소득, 노동시간 축소 얘기만 나오면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한다. 반대하기는 쉽지만, 그렇다면 당장 실업자가 되어 생계가 막막해진 절대다수의 화이트칼라, 블루칼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지 진지한 연구나 설득 노력을 하고 있는가?
이처럼 막막한 상황에서 반대만 일삼으면 그런 정당이나 이념세력에 지지층이 결집할 수 있겠는가. 오늘날 보수우파 진영이 지리멸렬하는 이유는 이처럼 현실적 이슈, 새로운 이슈, 미래지향적 이슈에 속수무책으로 한숨만 쉬는 사이, 모든 기득권을 다 놓쳐버렸기 때문이 아닌지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AI가 고도화되어 AGI·ASI 단계로 진화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의 한계와 능력을 초월하는 상태가 예고되어 있다. 그 둘의 결합을 통해 창조경제는 가속화될 것이고, 인간 노동은 점점 더 비중이 줄어 노동의 종말이 현실화되는 단계에 접어들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이익공유제, 보편적 기본소득 제공, 표준 노동시간 축소가 선거 이슈로 등장했다 치자. 이 제도 도입을 지지하는 정당과 반대하는 정당이 격돌하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경계선에서 열심히 태극기 들고 시가행진하는 보수우파의 고민이자 현실적 제약이다.
김용삼 대기자 dragon0033@hanmail.net
[출처] AI 시대의 발빠른 좌파, 뒷북만 치는 우파|작성자 봄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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